2007/02/27 20:14

경마장 가는 길

하일지의 등단작이자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발표되자마자 문단에 상당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 그것은 이 소설이 내용과 기법의 다양성 때문만이 아니라 정통적 리어리즘 소설에 익숙한 독자층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R이라는 3인칭 주인공에게 철저히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주인공 R은 5년 반의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지만, 커다란 문화적 이질감에서 오는 충격에 휩싸인다. 이 소설은 R이라는 주인공이 4개월 반 동안 한국에서 보고 듣고 겪게 되는 문화적 체험에서 느끼는 이질적 분위기를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즉,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화적 정체성, 혹은 관습에 대한 비판적 진술이 소설 구조의 심층에 깔려 있다. 그리고 작가는 주인공이 보고 들은, 그리고 행한 것만을 기술하려고 하고 있다. 즉, 주인공의 시각과 청각에 의해 포착된 것이나 그가 행한 것이 아닌, 그 어떤 것도 기록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무엇보다도 이 작가가 철저히 억제하려고 하는 것은 작가 자신의 임의적 판단이나 느낌 따위이다.

따라서 작가는 형용사를 될 수 있는 대로 배제하고 유추 또한 억제한다. 이 소설 전체를 통털어 은유가 씌어지고 있는 것은 몇 안 된다. 그만큼 하일지는 인물의 심리를 직접 말하지 않고 형용사나 유추가 최대한 억제된 묘사를 통하여 무비 카메라가 피사체를 포착하는 것과 같은 수법을 쓰고 있다.

이 소설은 평이한 작품 같으면서도 내부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함정이 많은, 아주 주도면밀하게 짜여진 구조와 테크닉을 지닌, 기괴한 동굴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임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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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6 01:05

사장으로 산다는 것

CEO,참 어려운 직업이다.
불교 경전 '아함경'에 이런 얘기가 있다고 한다.
어떤 남자에게 어느 날 아침 아주 예쁜 미녀가 찾아왔다.

"전 행복이라고 합니다. 당신께 행복을 주려고 찾아왔습니다."

남자는 이게 웬 떡이냐 싶어 얼른 그 미녀를 집안으로 맞아들였다.그런데 잠시 후 또 다른 여자가 찾아왔다.이번엔 아주 못생긴 여자였는데 입에 피고름까지 흘리고 있었다.남자는 기겁을 하며 그 추녀를 쫒아내려 했다.그러자 추녀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불행이라고 합니다. 당신께 불행을 주려고 찾아왔지요.좀전에 당신을 찾아온 행복이는 제 쌍둥이 언니입니다.우린 늘 같이 붙어 다니지요."

그러더니 추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만일 당신이 나를 맞아들이지 않는다면 행복이도 이 집을 떠 날 것입니다.나를 함께 받아들이든가, 아니면 언니를 포기하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하세요."

남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길고 긴 번뇌 속에 빠져들었다. (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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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5 00:34

편지

조병무

눈동자
하나의
보람을
잊지 않기 위해


하나의
눈동자와
닮아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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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2 21:08

마누라 길들이기

미국 켄터키 주에 금슬이 좋기로 소문 난 노부부가 살고 있었다. 여든이 넘은 이 부부는 결혼한지 50년이 넘도록 부부 싸움 한 번 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하루는 기자가 할머니를 찾아가서 물었다.
" 할머니, 어떻게 목소리 한 번 안 높이고 50년을 사셨습니까?"
할머니는 눈을 지그시 감더니 시계바늘을 뒤로 돌려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 사하라 사막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사막에서 낙타 타기 관광을 하는데, 신랑이 탄 낙타가 성질이 몹시 고약했다. 낙타는 신랑을 힘껏 흔들어대더니 모래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말았다. 신부는 신랑이 화가 단단히 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신랑은 조용히 일어서더니 옷에 묻은 모래를 툭툭 털어내고는 낙타에 다시 올라탔다. 다만, 낙타 등에 오르기 전에 낙타한테 손가락을 하며 딱 한 마디를 던졌다.
"이번이 첫 번째야."

둘쨋날도 낙타는 제 버릇 개 못 주고, 전날처럼 성질을 부려서 신랑을 또다시 땅에 떨어드리고 말았다. 이번에도 신랑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툭툭 털고 일어났다. 다만 낙타 등에 오르기 전에, 낙타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이렇게 말했을 뿐이다.
"이번이 두 번째야."
그때 신부는 정말 성격 좋은 남자하고 결혼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셋쨋날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낙타가 이제는 신랑을 우습게 알고는 등에 올라타기가 무섭게 그만 내동댕이쳐버렸던 것이다. 이번에도 신랑은 화를 내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일어나더니 옆구리에 찬 권총을 꺼내 낙타를 "탕" 하고 쏴버렸다.

신부는 너무나 놀라서, '어쩌면 그렇게 잔인할 수 있느냐?' 라고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그러자 신랑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신부를 바라보더니, 신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경고했다.

"이번이 첫 번째야."

[CEO는 낙타와도 협상한다] 안세영(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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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1

지렁이

1.
지렁이가 없는 토양은 죽은 땅이다. 우리의 생명줄인 토양을 보존하고 친환경적 자연을 이루기 위해서는 토양내에서 가장 중요한 무척추 동물인 지렁이가 필요하다. 커다란 크기와 많은 양의 토양을 파고 엎는 행동, 토양을 통해서 굴을 만드는 서식 습성과 통기성, 배수를 원활하게 하는 공헌자로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지렁이는 뼈가 없기 때문에 배설물 (cast, 분변토)에는 칼슘이 농축되어 있어 산성토양의 개량에도 효과가 있다. 많은 종류의 유기물 섭취와 미생물과의 상호작용, 영양물질의 효율성을 증가시키며, 토양의 질소와 탄소의 재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렁이는 인간에게 매우 유용한 동물이다. 생태학적으로 먹이사슬 관계, 토양내 또는 삼림의 부식층에서 죽은 식물과 동물을 부식시키는데 관여하며, 토양구조의 유지와 공기 소통을 원활하게 해준다. 인간이 사는 이 대지에 지렁이는 토양을 형성하고 토양 비옥도를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동물인 것이다.

[출처] 생물자원정보

2.
누구나 지렁이를 혐오하지요. 한 때는 내가 지렁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렁이를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한 마리가 먹어치우고 토해내는 흙의 양은 실로 대단합니다. 아무리 척박한 땅도 옥토로 만들어 놓습니다. 하늘을 나는 새, 물고기 심지어 개미까지 지렁이를 공격하지만 아무런 방어체계도 없습니다. 오직 꿈틀거릴 뿐, 오직 '조금만' 남겨 달라고 합니다. 몸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한 지렁이는 되살아납니다. 동강이 나면 두마리가 됩니다.

항상 숨어 있지만 끊임없는 끔틀거림으로 소중한 존재, 전 지렁이를 존경합니다. - 이외수

3.
지렁이만도 못한 인간들이 너무나도 많이 있습니다. - 지렁이만도 못한 나무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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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9 20:11

모순

"피뢰침을 설치했을까?"
"했겠지요"

아무리 교회 주위를 둘러보아도 그 교회에 떨어지는 벼락을 대신해서 맞아 줄 만큼 높은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교회에도 피뢰침을 하냐?"
"하겠죠"
"왜?"
"벼락맞지 않으려고"
"하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다.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신 하나님이 자기를 믿기 위해 지어 놓은 교회에다 벼락을 때릴 까닭이 없다"

[개미귀신]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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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8 20:40

성공이란


"세월이 갈수록 가족과 나의 곁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더욱 좋아하게 되는 것"
(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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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5 01:53

낭만에 대하여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섹스폰소릴 들어보렴

샛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사이로
짙은 색소폰소릴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밤늦은 항구에서
그야말로 연락선 선창가에서
돌아올 사람은 없을지라도
슬픈 뱃고동소릴 들어보렴

첫사랑 그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
슬픈 뱃고동소릴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작사/곡 최 백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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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3 02:13

삶은?


Life is egg

삶은 계란이다.
한때 유행한 7080식 유머입니다.
메아리를 영어로 하면 마운틴틴틴틴 하는 식이였죠.

"삶은 계란이나 오징어 있어요"

당시 기차를 타면 주전부리를 파시는 분이 승객들 사이로 외치던 말이죠.
얼마 전 KTX를 탈 기회가 있었는데 입석 손님도 없고 조용해서
사이다 마시고 삶은 계란을 까 먹는 맛도 덜하더라고요.

계란을 가만히 보면 참 재미있어요.
한 손으로 계란을 움켜쥐고 힘을 주면 깨지지가 않습니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하는 철학적 물음의 소재이기도 하고요.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의 주인공도 되고요.
알을 깨고 나오는 데미안의 아픔이 혹 지금 살아가는 우리는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삶은 계란이라고 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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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1 21:20

고민하지 마라

“우리가 하는 걱정거리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에 대한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22%는 사소한 사건들,
4%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한 것들이다.
나머지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이다.
즉 96%의 걱정거리가 쓸데없는 것이다.”

[느리게 사는 즐거움(Dont Hurry, Be Happy)] 어니 J 젤린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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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0 21:26

내가 기억하는 이름들

십여년 전에 지금은 유명한 동강근처 어라연이라는 곳으로 혼자 여행을 한적이 있습니다.

강가에 텐트를 치고 후레쉬 불빛으로 책을 보다가 문득 내가 살아 오면서 알고 있는 이름들이 몇이나 될까 궁금해지더라구요. 그래서 종이를 꺼내놓고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을 떠올리며 성과 이름을 써내려 가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백여명이 넘어가기 시작했을 때 부터는 속도가 느려지더군요. 얼굴은 생각이 나는데 이름이 떠오르지 않고 이름은 알겠는데 얼굴이 생각 안나고. 그러다 백 오십명 정도 이름을 쓰니 더 이상 생각이 안납디다.
아. 이게 내 한계인가보다.

그 백 오십명은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궁금하더군요. 더 아쉬운건 그 분들은 나를 괜찮은 놈으로 기억하고 있을까. 썩 좋은 추억은 아니지만 내 이름이나 얼굴은 알고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착하게 살아야 합니다.

(200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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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8 00:34

긍정적인 밥

함민복

詩 한 편에 삼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원이면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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